평범한 할머니들의 인생역정이 한 권의 자서전 속에 각각 담겨 출간됐다. 인천 동구노인문화센터에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운영한 '나의 삶, 나의 노래'에 참여했던 9명의 할머니들이 쓴 글과 시, 편지 등을 책으로 엮었다. 자서전 발간을 기념해 지난 19일에는 출판기념회도 열렸다.
자서전 '백합꽃 인생'을 펴낸 최귀순(85) 할머니는 방직공장 기술자가 되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다.
'나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 방직공장 다니는 가정에 가서 밥하고 아이 업어주고 빨래하고 일 년 동안이나 그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였다. 일년이 지나니까 방직공장에 취직을 시켜주었고 나는 열심히 다녔다. 일주일 간격으로 낮일과 밤일이 번갈아가는 곳이었다.-자서전 중 '첫사랑과 같았던 나의 첫 꿈'.
'새로 집을 사서 이사한 그 해가 내가 살아온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인 것 같다. 너무나 행복하게 살던 그 때였다. 내가 별안간 다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검사를 하니 결핵성 관절염이었다.-자서전 중 '중년의 시간. 흐른다'.
최귀순 할머니는 자서전을 통해 가슴에 가득 묻었던 이야기 보따리들을 하나하나 풀어내고 나니 어릴 적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시원한 바람을 쐰 것 같은 기분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선숙(69) 할머니는 자서전 '돌아가는 길'에서 술로 세월을 보내다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으로 인해 생긴 마음의 상처를 담담하게 드러냈다.
손자와 외손녀가 태어났을 때의 기쁨과 행복감, 한편으로는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는 바람에 딸과 며느리의 산후조리 등에 조금은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미안함까지 담아냈다.
자서전 '추억을 돌아보며'를 펴낸 장우조(72) 할머니는 신혼의 달콤함을 누려보지 못했던 서운함, 남편의 도박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갚기 위해 상추장사, 가루비누 판매원, 보육시설 근무, 손뜨개 등 억순이로 살아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봤다.
자서전 출간을 지원하고 출판기념회를 마련한 동구노인문화센터 관계자는 어르신의 지나온 세월을 가족과 지인들이 공유함으로써 묵혀 있던 상처가 치유되고 서로 간에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동구노인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자서전 집필 수업은 인천에 거주하는 만 60세 이상 어르신이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올해 수강 신청은 2월 중 진행될 예정이다.
문의(032)765-3677
/김도현기자